스타트업에서 혁신을 배우는 대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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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가벼운 몸으로 세상에 빠른 대처가 가능한 스타트업. 오직 고객의 요구와 환경 변화에 신속한 대응으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낸다. 반면, 대기업은 상대적으로 의사소통 자체가 스타트업에 비해 더디고 변화 역시도 쉽지 않다. 그러나 최근 스타트업의 가벼운 몸놀림을 배우고자 하는 대기업이 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자료제공_LG경제연구원

스타트업에 눈 돌린 대기업

뭐니뭐니해도 스타트업의 장점은 민첩함과 순간 대응력이다. 물론 대기업에 비하면 자금력이나 인력 동원이 쉽지 않다. 스타트업은 빠른 의사결정과 민첩한 실행력으로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고 있다. 스타트업의 이러한 몸놀림은 서서히 대기업에게 긴장으로 다가온다. 만년 대기업의 영역으로 생각했던 웨어러블 시장이나 핀테크 분야에 뛰어드는 스타트업이 늘고 있는 추세다.

대기업은 그 커다란 몸집만으로 시장을 빨아들이는 사이 내부적으로는 수많은 이해당사자 간의 갈등과 복잡하고 더딘 업무 프로세스 방식, 의사결정 과정이 존재했다. 이는 하루 빨리 실행해도 부족한 혁신의 의사결정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내부 고통을 분담해 혁신을 이뤄냈다고 하더라도 이미 다른 글로벌 기업의 빠른 실행력에 넋 놓고 있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결과를 보며 혁신을 추구하던 일부 직원들은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이는 최근 수년 동안 대기업 출신 스타트업 사업가가 많다는 사실을 봐도 어느 정도 짐작이 가능하다.

그런 흐름 속에서 대기업이 스타트업과 같은 혁신을 추진하고자 신발 끈을 꽉 조이고 있다. 스타트업의 장점은 단연, 민첩성이다. 빠른 제품을 내놓고 시장을 분석한다. 빠른 만큼 비용도 적게 지출된다. 조직구조나 업무 프로세스 변화에도 용이하다.

대기업은 이러한 스타트업의 DNA를 끌어오기 위해 분주하다. 스타트업의 CEO를 스카우트하는 한편, 스타트업에 투자해 사업 영역을 확장하거나, 인수&합병에 나서기도 한다. 또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통해 스타트업 경영 모델을 모방하고 이들처럼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신속한 변화가 어려운 대기업

이러한 대기업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역시 스타트업의 혁신을 따라가기란 버거운 모습이다. 대기업에서 혁신이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근본적으로 현재의 자신을 부정하는 데서 출발하기 때문에 그 과정과 결과까지 존재하기 어려운 것이다. 대기업은 그 존재 하나로 성공 모델을 상징한다. 그 기업이 기존부터 갖고 있던 사업 모델로 인해 성과를 냈기에 오늘 날 큰 규모의 기업으로 성장했던 것이다. 지금까지 큰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고, 성과를 냈던 방식을 이제 와서 부정하기란 쉽지 않다.

오랜 시간 잘 다듬어진 업무 프로세스 역시도 혁신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혁신이란 무엇인가? 기존의 사고의 틀을 깨고, 새로운 경험과 가치관을 심어 넣는 일이다. 고정된 가치관은 발에 걸리기 마련이다. 기존의 프로세스는 오랜 시간 걸쳐 다듬어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툴이다. 자원을 낭비할 소지가 있는 여지를 가능한 한 최소화했으며, 모든 부서와 맞물릴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러한 장점이 혁신의 시각에서는 단점이 된다. 기존 프로세스의 관점에서 보면 혁신을 위한 새로운 시도는 언제, 어느 정도의 성과를 달성할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효과적이지 못하며 많은 실패에서 예상되는 자원 낭비를 허용해야 하는데 이 역시도 용납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늦어지는 시간도 자원 낭비와도 상통한다.

자원이 한정돼 있다는 점도 문제다. 새로운 시도를 위해서는 많은 부분을 투자하고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성과에 대한 압박으로 인해 경영진은 빈번하게 성과에 대한 지표와 수치를 현장에 요구하기 마련이다. 대기업은 엄격한 내부 프로세스와 수많은 이해관계자들로 인해 의사결정이 지연되고 그 만큼 스타트업 체질에 다가가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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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에릭 리스 스탠퍼드대학교의 컨설팅 부교수(출처 : http://greatpreneurs.com)

그럼에도 대기업이 스타트업의 업무 방식을 지향하는 진정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세상은 변하고 있고, 소비자의 기대도 바뀌고 있다. 대량생산의 시대는 지나고, 소량생산 다품종 시대로 접어들었다. 빠른 고객 변화를 감지해야 한다. 보다 고객 가치를 높이기 위한 변화와 변화를 위한 신속한 의사결정을 지연해서는 곤란한 상황이 도래했음을 잘 알기 때문이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의 컨설팅 부교수이자 ‘린 스타트업’ 개념으로 주목받고 있는 에릭 리스의 스승인 스티브 블랭크는 “빠르게 배우며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스타트업 방식을 받아들이는 기업이 향후 최대 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말한 부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늘의 GE를 키우는 패스트웍스와 퍼스트 빌드

스타트업의 빠른 실행력을 배우는 대기업이 점차 늘고 있다. 그중에서도 GE가 대표적이다. GE는 오랜 역사를 가진 대기업임에도 스타트업에서 생존 방식을 활발하게 찾고 있다. 지난 2012년에는 스타트업 구루인 에릭 리스의 도움으로 기존의 제품 개발 프로세스를 개선, 신속한 제품 개발을 위한 패스트웍스(Fast Works)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패스트웍스는 완성도는 낮지만 어느 정도 기능이 구현된 제품을 빠르게 만들어낸다. 고객에게 피드백을 받아 수정하는 절차를 체계화해 제품 개발 방향을 수시로 민첩하게 전환해, 제품 개발 속도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가스 터빈 개발 기간을 기존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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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GE의 퍼스트빌드(출처 : http://residencyunlimited.org/)

2014년 4월에는 고객과 시장에 보다 더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 ‘퍼스트 빌드(First Build)라는 자회사를 설립했다. 고객으로부터 수시로 직접 피드백을 받아 제품에 반영한다는 점은 앞서 소개한 패스트웍스와 유사하지만, 퍼스트 빌드는 아이디어 발굴 단계서부터 개발에 이르기까지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한 예로 내부 구성원과 외부 일반인이 함께 참여해 협업 생산과 신속한 소량 생산을 목적으로 하는 소규모 제조에 역점을 두고 있다. 별도의 브랜드를 사용하는 자회사로서 GE의 브랜드에 대한 리스크 없이 자유로운 실행과 아이디어 발굴이 가능하다. 설립 이후 1년여 동안 약 800개의 아이디어가 제안됐고, 그중 8개의 아이디어를 상품화 했다. 현재는 약 40개 이상의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퍼스트 빌드를 통해 생산이 확정된 제품은 곧 GE의 공장에서 큰 규모로 확장 생산이 가능하다. 또 성장 가능성이 높은 제품의 경우 GE 경영진의 판단 아래 GE의 주요 사업 영역으로 관철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GE는 퍼스트 빌드를 통해 기존 제품의 개선에도 활용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소니 ‘퍼스트 플라이트’, 크라우드 펀딩으로 신속한 시장 분석 반영

소니는 기존의 명성과 다르게 혁신을 주도해온 기술자들은 물론 구성원까지 사기가 다소 침체된 상황이었다. 소니는 이러한 안팎의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도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바로 ‘퍼스트 플라이트(First Flight)’라는 온라인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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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소니의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퍼스트 플라이트’

소니는 이 크라우드 펀딩 방식을 활용해 제품 개발에 대한 제반 의사결정을 대중에게 맡기는 방식을 택했다. 대기업의 아이디어와 의사결정이 느리고 복잡한 단점을 극복하고자 한 대안이었던 셈이다. 이 플랫폼을 통해 소니는 고객들이 직접 구성원들의 아이디어를 평가하도록 하여 신속하게 제품으로 출시되도록 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혁신을 위한 기업의 노력은 스타트업이나 대기업이나 모두 마찬가지다. 다만 그 길을 돌고 도느냐, 아니면 시작 단계부터 추진하느냐에 따른 차이만 존재할 뿐이다. 물론 스타트업 경영 방식이라고 해서 무조건 도입하는 것도, 대기업의 오랜 프로세스라고 해서 무조건 배척하는 것도 지양해야 할 사항이다. 스타트업과 대기업은 분명 자본과 규모, 사업 영역, 추구 방식, 인적 구성 등 단순 비교로 나타낼 수 없는 사항이 많다. 그러나 갈수록 치열한 경쟁 시대에 소비자의 시선을 끌고 마음을 한 번에 훔칠만한 제품과 시간은 많은 노력과 투자를 병행해야 한다. 고객의 요구를 이해하고 그들의 기대를 뛰어넘을 수 있는 가치를 제공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가 바로 혁신이다. 대기업의 체질 개선은 그런 의미에서 분명 박수 받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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