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와 디바이스의 관계를 재정의하는 애플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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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사용이 일상화되고나서 스토리지의 용량 부족으로 난감한 상황에 처하는 일은 간혹 일어나는 일이다. 하지만 클라우드의 등장으로 스토리지 용량 부족에 대한 개념은 점점 희미해지고 있으며, 얼마전 출시된 애플TV는 클라우드와 디바이스의 관계를 완전히 재정의했다고 볼 수 있다. 창의적 모바일 제품을 만드는 기업이라면 참고할만한 일이다.

스토리지의 용량 부족으로 당황하지 않도록 기존의 파일이나 인스톨 소프트웨어를 관리하는 것은 PC 유저에게 상식이다. 스토리지 용량이 32GB밖에 안 되는 디바이스에 10GB 이상의 게임을 인스톨하는 일은 없다. 하지만 그런 것에 신경쓰지 않고 큰 용량의 소프트웨어를 마음껏 인스톨할 수 있는 것이 지난 10월말에 출시된 제4세대 애플TV의 특징 중 하나이자 새로운 가능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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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TV

애플TV의 역사

2007년에 등장한 제1세대 애플TV는 40GB의 하드디스크를 탑재했으며 iTunes와 동기하여 iTunes 라이브러리의 콘텐츠를 TV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디바이스였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TV용 아이팟’이라 할 수 있다. 동기시켜놓으면 애플TV 자체에서 콘텐츠를 재생할 수 있었으므로 맥에서 음악이나 비디오 콘텐츠, 사진을 관리하는 유저에게는 편리한 디바이스였다. 그러나 이 초대 애플TV는 판매에 고전했다. 가격이 299달러로 비쌌기 때문이다. ‘Xbox 360’이나 ‘PlayStation 3’와 기능이 비슷하다보니 이 제품들 대신 TV용 아이팟이라 할만한 애플TV를 구입하는 사람은 적을 수밖에 없었다.

초대 애플TV가 일반인에게 인기를 얻지 못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사실 아이팟과 같은 디바이스는 가격이 200달러 이하가 안 되면 일반인에게 보급되지 않는다는 것을 애플은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을 것이다. 2004년에 하드디스크를 탑재한 소형 아이팟 미니를 249달러에 판매하고 이듬해에 199달러로 가격 인하하면서 출시수가 2배로 늘었다. 애플의 필 쉴러 부사장은 과거에 199달러를 아이팟의 ‘매직프라이스’라고 표현했었다.

2010년에 등장한 제2세대 애플TV는 가격이 99달러, 그 대신 하드디스크를 내장하지 않은 스트리밍 디바이스였다. iTunes 내의 음악이나 비디오를 애플TV에서 재생하기 위해서는 맥/PC의 iTunes를 기동해야만 한다. 제1세대 제품을 편리하게 사용하던 유저에게는 불편했을 것이다. 하지만 ‘99달러’라는 싼맛에 구입하는 사람이 많았고 ‘이 정도 저렴한 가격에 비디오 콘텐츠를 TV의 큰 화면에서 즐길 수 있다면 스트리밍으로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판매가 좋아져 소위 ‘매직프라이스’의 효과가 애플TV에서도 증명되었다.

그러나 지금 돌이켜보면 동기 기능을 갖춘 초대 제품이 299달러였던 의미도 컸다고 생각한다. 보통 사람들이 동기 기능에 299달러나 지불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했던 덕분에 스트리밍으로 나아갈 수 있었을 터이다. 당시는 아이폰도 맥/PC가 반드시 필요했었다. 동기가 상식이었던 때다. 즉 제2세대 애플TV는 ‘99달러’라는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맥/PC와 콘텐츠를 동기한다는 상식을 버리게 하고 유저에게 스트리밍 이용을 강요했다.

제2세대 애플TV의 출시로부터 수개월 후에 애플TV판 YouTube가 등장하고 맥/PC에서의 스트리밍뿐 아니라 인터넷에서의 스트리밍이 빈번하게 이용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3년에 구글이 크롬캐스트를 시장에 투입하고 아마존도 참여했다. 제2세대 애플TV가 등장하고나서 짧은 기간에 손쉬운 가격의 스트리밍 디바이스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그로 인해 Spotify나 Netflix와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가 음악, 영화, TV드라마를 즐기는 법을 바꾸는 토대가 되었다.

32GB의 디바이스에서 미디어리치한 게임을…

제4세대 애플TV는 32GB 모델이 149달러, 64GB 모델이 199달러다. 저렴하다. 제4세대의 최대 특징은 tvOS를 탑재하고 서드파티가 애플TV용 앱을 개발할 수 있으며 앱스토어를 통해 애플TV 유저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것이 게임이다. 게임은 애플TV 앱의 장르의 하나에 지나지 않으며 오히려 TV에서 여러 가지 장르의 앱을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애플TV 앱의 큰 가능성이지만, 그런 아직 체험한 적 없는 앱보다 ‘TV에 연결되는 박스’이므로 게임을 연상하는 것이 일반적인 듯하다. 애플TV 앱을 시동할 때 게임은 큰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당연히 TV에서 즐기는 게임이라면 스마트폰의 킬링타임용 게임 같은 것밖에 없었다면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PC 게임의 세계에는 100GB 이상의 게임이 등장해 있는 시대에 애플TV의 스토리지 용량은 32GB/64GB밖에 안 된다.

스토리지 용량을 너무 많이 소비하지 않도록 애플은 애플TV 앱의 크기를 200MB까지로 제한하고 있다. 그렇다면 리치한 게임에는 부족한 용량이다. 200MB 이상의 에셋을 온디맨드 리소스로 제공할 수 있다. 이것은 필요에 따라 클라우드로부터 다운로드하는 읽기만 가능한 데이터다. 유저가 앱을 입수하면 최대 200MB의 코어가 되는 프로그램과 함께 튜토리얼 등 앱과 함께 다운로드해야만 하는 태그가 붙여진 온디맨드 리소스(최대 2GB)가 다운로드된다. 이어서 앱이 인스톨되고나서 게임을 시작하는 데 필요해질 것 같은 태그가 붙여진 온디맨드 리소스(최대 2GB)가 백그라운드에서 다운로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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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스토어 앱을 애플TV에서도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온디맨드 리소스는 하나가 64~512MB이고 전체 호스팅 용량은 20GB다. 코어가 되는 앱이 최대 200MB라도 게임은 구성 데이터의 대부분이 그래픽이나 무비, 오디오와 같은 미디어셋이므로 온디맨드 리소스가 인정된다면 제공할 수 있는 게임의 폭은 대폭 넓어진다.

온디맨드 리소스의 다운로드는 tvOS에 의해 스마트하게 컨트롤된다. 예를 들어 합계 24레벨의 게임이라도 전체 레벨을 처음에 다운로드하는 게 아니라 처음에 몇개 레벨을 다운로드하고 게임이 진행됨에 따라 새로운 레벨을 추가하고 완료한 레벨의 리소스는 삭제한다. 온디맨드 리소스의 컨트롤은 게임 내뿐 아니라 인스톨되어 있는 앱 전체로 이뤄진다. 수GB 사이즈의 HD 비디오를 시청하는 등 스토리지 공간이 필요해졌을 때에 tvOS는 곧바로 필요없는 다른 앱의 온디맨드 리소스를 삭제하여 공간을 만든다. 그렇게 해서 32GB의 스토리지에서도 큰 데이터나 리소스를 취급하는 앱을 보다 많이 공존할 수 있게 한다.

단, 이 방법으로는 많은 앱을 인스톨하고 있다면 다른 앱을 사용해 게임으로 돌아올 때마다 같은 레벨의 리소스의 다운로드가 몇번이나 반복될 수 있다. 그렇다면 플래시메모리의 저가격화가 진행되고 있으므로 처음부터 256GB나 512GB로 해야만 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렇게 해서는 매직프라이스를 넘어서고만다. 일반인들에게 보급할 수 있는 가격대의 디바이스로 TV용의 다양한 앱을 취급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

개발자에게 새 가이드라인 제시하는 애플TV

제2세대 애플TV가 유저에게 스트리밍을 강요하는 디바이스였다면, 제4세대 애플TV는 32GB/64GB의 스토리지 용량을 개발자에게 강요하는 디바이스다. 디바이스의 스토리지를 크게 한다는 기존의 솔루션이 아니라, 클라우드와 디바이스 간을 OS가 스마트하게 처리하여 클라우드와 디바이스의 밀접한 연계를 통해 스토리지 용량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클라우드를 단순한 거대 스토리지로 보는 것이 아니라 디바이스의 스토리지처럼 기능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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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경_(사)한국모바일기업진흥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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