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대기업의 존재 의의에 물음표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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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의 존재 의의는 중앙집권형일 때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IT기술로는 기업 활동이 중앙에서 의사를 결정하고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관리하며 송금이나 결제 등의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현실적이었다. 기업 규모가 클수록 효율이 좋고 투입 자원이 크고 신뢰를 담보하기 쉬우므로 점점 거대화되었다.

은행과 증권사, 보험사, 또 페이스북을 비롯한 SNS, 우버나 에어비앤비 등 급성장 중인 신흥 공유경제 기업도 마찬가지다. 인터넷에 의해 일부 기업만이 놀랄 정도로 거대화되었고 수조~수십조의 시가총액을 호가하며 중앙집권형 고수익 사업모델을 추구하게 된 것이다.

업계나 서비스 내용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서비스 내용의 충실함과 신용도라는 측면에서 대기업에게 존재 의의가 크고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 사이에 결정적인 차이를 만들었다.

 블록체인은 벤처기업을 압도적으로 유리하게 만든다 

그런데 블록체인이 보급되면 중앙집권형으로 신뢰를 담보할 필요가 없다. 개조나 수정의 우려가 없어지므로 서비스 제공자가 벤처기업이라도 이용자가 안심하고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않아도 돈을 빌리고 싶은 사람과 빌려주고 싶은 사람이 블록체인 상의 서비스로 연결되어 일정 절차나 매칭을 통해 자유롭게 돈을 빌리고 빌려줄 수 있게 된다. 부동산 매매도 사고 싶은 사람과 팔고 싶은 사람이 직접 매매할 수 있으므로 부동산업자에게 높은 수수료를 지불할 필요가 없어진다. 인력 소개 역시 20~30%나 되는 높은 소개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채용하고 싶은 기업과 일하고 싶은 사람의 매칭이 이뤄진다.

한편, 신뢰성이라는 장점이 필요 없어지므로 대기업의 단점은 크게 부각된다. 중앙집권형을 유지하기 위한 방대한 인력과 부문 간의 벽, 지나친 서류 절차, 느린 의사결정 등이 모두 대기업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이러면 구조적으로 대기업이 벤처기업을 이기기 힘들어진다.

 대기업이라도 근본적으로 스피드업할 수 있다면 가능성 있다 

물론 블록체인의 장점 자체는 대기업에서도 살릴 수 있다. 단 대기업이라도 근본적으로 스피드업할 수 있다면 가능하다.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100% 자회사를 만들어 벤처 스타일로 경영하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100% 자회사라 하더라도 사장이 모회사 출신이면 벤처 스타일로 다이내믹하게 움직이기 힘들다. 대기업에서의 우수 인재와 벤처의 우수 인재는 큰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벤처로 성공하는 인재라면 대기업에서는 견디지 못하거나 살아남지 못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

100% 자회사를 만든 후 스피드감 넘치는 중견기업이 경영에 참여하도록 하여 그쪽의 경영 인재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훌륭한 경영 인재까지 배출할 수 있는 중견기업은 별로 없을 것이다. 또는 처음부터 조인트벤처를 만들 수도 있지만 대부분 경영권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옥신각신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대기업 경영자가 다음의 2가지 조건을 어느 수준까지 채울 마음과 여력이 있는지가 중요해진다.

첫째, 블록체인 시대의 비즈니스 구축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이다. 단 신규 사업을 허용할 뿐만 아니라 기존 사업을 대대적으로 구조조정하여 슬림화할 필요가 생길 수도 있다. 회사가 파산 직전에 이르지 않은 상태에서 미래를 위해 구조조정하자는 것은 설득하기가 매우 힘든 일이다. 그래서 이런 일은 오너만 할 수 있다는 얘기가 있는데 그리 틀린 말은 아니다.

둘째, 자사의 의사결정이 얼마나 느린지 경쟁하는 탑클래스의 벤처기업과 어느 정도로 속도감이 다른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른 차원의 속도인지를 이해한 후 사내에 특구를 만들어 대기업 경영자 본인이 매일 들르는 등 전대미문의 방법으로 임할 각오가 있는지도 중요하다.

경영자가 그런 일을 귀찮다고 여기거나 그런 일까지 세세히 살필 수 없거나 또는 블록체인 비즈니스를 그렇게까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힘든 얘기다. 기존에 하던 방식대로, 능력 있고 트렌드를 잘 아는 사업부장에게 맡겨두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과연 사업부장이 구조조정을 할 수 있겠는가? 또 인사제도에 어긋나는 외부 인재를 채용할 수 있겠는가?

 과감하고 절실하게 변신하는 대기업만이 생존한다 

대기업이 대기업인 상태로 블록체인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블록체인 기반의 서비스를 제공해도 벤처기업의 낮은 비용과 빠른 의사결정을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대기업은 어느 날 갑자기 사업이 기울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일단 한 번 붕괴가 시작되면 높은 비용 구조는 치명적이다. 그러기 전에 냉정하게 현 상황을 인식하고 대응해야 한다.

과감히 변신하는 대기업이 될지 블록체인이 만드는 미래 시나리오를 부정하고 무시할지는 경영자의 판단 나름이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위기의식을 가지고 본격적으로 변신을 시도해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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