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식 기자의 이슈체크] 코닥의 파산이라는 거울이 비춰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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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고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에 합류하지 못한 채 파산한 코닥. 130년의 전통과 필름의 대명사로 불리던 코닥은 쓸쓸히 세월의 이면으로 자취를 감췄다. 코닥은 2012년 1월 끝내 필름에서 디지털 기술로 옮겨가던 기술의 흐름을 극복하지 못하고 파산신청을 했다. 몸집을 크게 줄이고 2013년에 다시 출발선에 섰지만 이미 앞서갔던 디지털 기업을 쫓기에도 바쁜 현실이 되었다.

1960~70년대에 ‘코닥’은 오늘 날 애플이나 구글과 같이 선망 받던 기업이었다. 한때 ‘코닥 모멘텀’이라고 하면 저장하고 즐길 가치가 있는 순간의 셔터 찬스를 의미했다. 그러나 현재 코닥 모멘텀은 경영자를 향한 강한 경고의 메시지가 되고 있다. 즉, 시장의 파괴적인 기술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면 금세 도태될 수 있다는 의미다.

잘 알려졌다시피 코닥은 1975년 세계 최초로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했다. 이를 개발한 인물은 코닥의 엔지니어였던 스티브 삿손이었다. 이 시제품의 크기는 토스터 기기와 유사했다. 사진 한 장 찍는데 무려 20초가 넘게 걸렸다. 화소가 100*100의 1만 화소로 화질도 떨어졌고, 사진을 보기 위해서는 복잡한 배선으로 TV와 연결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당시로서는 파괴적이고 혁신적인 기술이었고, 큰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적은 내부에 있었다. 이러한 신기술이 당장 돈벌이가 되겠냐는 입장이 첨예하게 맞부딪쳤다. 당시 코닥 임원진 사이에서도 이러한 문제 때문에 상당한 고심이 이어졌다는 후문이었다. 시간이 지나 스티브 삿손은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경영진이 내게 ‘디지털 카메라의 기술은 재미있지만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라’며 없던 일로 치부하길 바랐다.”고 밝혔다. 그러한 분위기 속에 내부에서도 치열한 갑론을박이 이어졌고, 끝내 디지털 카메라 시장의 확장 대신, 기존의 필름 산업에 더 집중하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또 한창 잘 나가는 필름 산업을 대신해 굳이 디지털 카메라로 그 시장을 위축시킬 필요가 없다는 논리에도 점차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마침내 올 것 같지 않던 2012년.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90달러에 달하던 코닥의 주가가 50센트로 추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갈수록 매출은 반에 반토막이 났고, 수년 간 적자를 면치 못했다. 부채도 갈수록 쌓였다. 무엇보다 회생할 수 있는 기반이 전무하다는 데서 코닥은 자책했다. 과거의 성공에 눈이 멀아 디지털 기술의 대두를 간과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물론 코닥이 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2005년 코닥은 HP 출신의 안토니오 페레즈를 CEO로 영입했다. 그러나 페레즈도 이 위기를 극복하지 못했다. 아니, 극복하기에는 이미 너무 멀리 왔다. 페레즈는 2011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코닥은 디지털 시대에 맞춰 본격적인 기술 전환에 무려 5년이나 늦었고, 이 역시도 회생에 큰 걸림돌이 됐다”고 고백한 바 있다.

한편 코닥의 실패가 있었다면 경쟁 기업이었던 후지필름은 어땠을까? 1980년대의 후지필름은 필름 산업에서 코닥과 큰 격차를 보이며 2위정도로 만족하고 있었다. 이후 코닥이 침체 조짐을 보이자 후지필름은 과감히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아 눈을 돌렸다. 이윽고 테입, 광학장치, 비디오 테입 등 영화의 인접 분야로 사업화를 서둘렀고, 제록스와의 합작(후지 제록스)으로 복사기 및 사무자동화 사업에도 진출했다. 오늘날 후지필름은 연 매출 200억 달러를 넘어 의료와 전자 부문에 진출해 문서 솔루션 사업에도 큰 수익을 올리고 있다.

물론 새로운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안목, 그리고 현 산업에 대한 자리매김도 중요하다. 선택은 기업의 몫이고 결과는 하늘이 내린다. 하지만 최대한의 안목으로 기업이 오래도록 유지될 수 있는 방안과 먹거리를 찾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코닥도 디지털 카메라 사업을 그 이후에도 완전히 접은 것은 아니었지만, 이 기술로 인한 온라인 사진 공유가 새로운 사업의 영역이고 이를 통해 인쇄 사업을 확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놓쳤다는 게 문제였다. 급변하게 변화하는 기술의 시대에서 우리는 현재 추구하는 사업의 가치와 미래 먹거리는 무엇인지, 파괴적인 변호에 따라 어떤 새로운 기회가 생기는지, 그 기회를 잡기 위해 어떤 조직과 능력이 필요한지 다시 한 번 고민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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