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했던 기술이 실패하는 네 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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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셀 수 없을 만큼 새로운 제품과 기술, 기업이 탄생하고 있다. 이중에는 세상을 놀랄만한 이슈를 안고 있음에도 채 피지도 못한 채 지는 꽃도 있다. 아무리 혁신적인 기술이어도 상업적으로 성공한다는 보증수표를 발행할 수 없다. 이에 포스코경영연구원에서 ‘왜 좋은 기술이 실패하는가’에 대한 글이 있어 본지에 소개한다.

세상을 놀랄 만한 제품이 등장했다. 언론의 대서특필은 물론 각계각층의 전문가들도 예의주시하며 상품의 반향을 살핀다. 그런데 성과가 눈에 띄지 않는다. 돌아보면 이런 사례가 많다. 한 예로 미국 타임지가 2012년 최고의 발명품으로 소개한 구글 글라스의 경우를 꼽을 수 있다. 개발 후 뚜렷한 성과가 없고, 문제점이 여럿 발견되자 시사잡지나 기술 매거진 등에서는 구글 글라스를 최악의 실패 사례로 선정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구글 글라스의 실패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구글 글라스가 개발자 중심의 시각에서 추진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즉, 사용자들의 문화와 사회규범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이 실패의 주요 요인이라는 것이다. 구글 글라스를 쓴 사람이 카페 한 구석에 앉아 특정 사람과 사물을 동영상과 촬영을 하고 인터넷에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해보라. 뿐만 아니라 각종 영화관이나 도서 등 저작권과 초상권 등 침해이유가 높다는 이유로 많은 단체에서 반대서명을 내놓기도 했다.

좋은 기술이 실패하는 이유는 기술 위주의 사고로 인해 시장의 기대와 요구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기술개발 실패 유형을 보면 네 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시패 유형에 따라 각각 원인과 사례도 달랐다.

01        나르시스형 ‘지나친 확신과 자아도취’

먼저 나르시스형은 기술에 대한 지나친 확신과 자아도취로 대체기술의 등장 가능성이나 고객들의 실제 구매 의도 등을 간과한 나머지 자기확증 편향에 빠질 때 나타나는 실패 유형이다. 모토롤라의 이리듐(Iridium) 위성전화 사업은 780km 상공의 저궤도 통신위성들을 이용해 전 세계를 하나의 통화권으로 묶는, 최초의 범 세계 위성휴대통신서비스다. 1987년 아이디어 검토에 착수한 후 타당성 분석을 거쳐 1989년 사업 추진을 결정했다. 미국의 모토롤라를 주축으로 일본과 러시아, 대만, 중국, 한국 등 세계 15개국 47개 주요 통신업체들이 참여했다. 총 사업비만 당시 50억 달러에 달했다. 1997년까지 72개 위성발사를 완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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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듐 저궤도 위성

 

그러나 이 사업은 서비스 개시 1년 만에 중단하기에 이른다. 1990년대 후반 등장한 PCS 디지털 기술이 순식간에 아날로그 시장을 대체하면서 기존 지상 기지국을 이용해 보다 싼 가격에 글로벌 음성통화가 가능한 로밍 서비스 등장했던 것. 1998년 11월, 이리듐 서비스 출시 후 투자비 회수를 위해 단말기 가격과 통화료를 높게 책정했고(단말기 3,500달러, 통화료 4~7달러/분), 그 결과 실가입자 수는 5만명 수준에서 정체됐다. 1999년 8월, 44억 달러에 달하는 부채를 갚지 못하고 프로젝트를 폐기했다. 총 손실은 94억 달러에 육박해 2001년 보잉사에 불과 2,500만 달러에 매각되는 운명을 거쳤다.

애플의 뉴턴 메시지 패드(Newton Message Pad)도 같은 운명이었다. 그러나 이는 시대를 너무 앞서가 소비자들이 가치와 필요성을 거의 느끼지 못했던 것이 구매를 주저하게 한 이유였다. 상대적으로 비쌌던 가격(699달러)도 소비자들의 외면을 초래했다.

02        이카루스형 ‘과도한 욕심과 고집’

이카루스형은 과도한 욕심으로 인해 자사가 개발한 기술을 시장에 일방적으로 강요하거나 기술개발의 폐쇄성을 고집할 때 발생하는 실패 유형이다. 소니 베타맥스(Betamax) 비디오 녹화 기술은 충분히 탄생 배경이 적절했다. 1975년, 홈 비디오 시대가 개막되면서 VCR(Video Cassette Recorder)이 인기를 얻게 되자 소니는 베타맥스 테이프를 개발하기에 이른다. JVC(Japan Victor Company, 마츠시타 주도)는 VHS(Video Home System)라는 새로운 포맷 독자 개발했다. 베타맥스는 VHS에 비해 크기가 작아 휴대성이 뛰어났고, 화질과 정보 저장 측면에서도 우월하다는 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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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타맥스 비디오 레코더 광고

 

그러나 실패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데서 발생했다. 사실상의 시장 표준(de facto Standard) 획득에 실패하면서 시장에서 퇴출된 것. 기술적 우위를 기반으로 폐쇄적 라이선스 정책을 고집하고 고가 전략을 유지했다. 또한 1980년대 표준경쟁에서 VHS 방식에 패배 (1984년 25%에 달하던 베타맥스의 시잠점유율은 1986년 7.5%로 추락)했다.

1943년 설립된 이래 세계 인스턴트 카메라 시장 석권했던 폴라로이드도 마찬가지였다. 소비자들은 ‘폴라로이드’라는 고유명사를 ‘즉석사진기’라는 의미의 보통명사로 인식하고 사용할 정도로 열광했다. 그러나 자사의 기술개발 역량 및 품질관리에 대한 과도한 자신감으로 모든 것을 직접 개발하겠다는 ‘NIH 신드롬(Not Invented Here Syndrome)’이 문제였다. 뒤이어 1993년 디지털 카메라 PDC-2000을 출시했으나 가격이 3,000달러 이상이어서 1,000달러 미만의 경쟁 업체 대비 가격경쟁력이 취약했다. 결국 필름사업과 디지털 사업이 모두 부진을 보이며 2001년 10월 파산하기에 이른다.

03        아킬레스형 ‘치명적인 결함 간과’

기술개발 과정상의 미비한 점이나 상용화에 있어서 치명적인 결함을 간과해서 발생하는 실패 유형이다. 에어버스의 ‘꿈의 항공기’ A-380기 개발에 있어 최종 조립과정에서 530km에 달하는 내부전선 연결 오류를 발견한 것이다. 이에 제품 인도가 2년여 지연되면서 그 사이 CEO가 두 번이나 교체되고 480억 유로에 달하는 배상금을 지불했다. 결국 비핵심 기술의 중요성을 간과한 결과 엄청난 손실을 초래했고, 회사 전체의 신뢰도 크게 훼손됐다. 2007년 10월, 싱가포르 창이 국제공항에서 첫 비행을 시도했으나 그 후에도 부품 결함은 여전했다.

2007년 출시한 에어버스사의 A-380 항공기

2007년 출시한 에어버스사의 A-380 항공기

 

04        시지프스형 ‘노력만큼 성과 미비’

처음부터 기술 개발 방향이 애매했거나 잘못돼 처음 투입했던 노력에 비해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는 실패 유형이다. 1960년대 말 제록스는 팔토알토 연구소(PARC)를 설립했다. 당시 연구소는 당대 최고의 IT 개발자와 프로그래머를 영입해 청사진을 그려나갔다.

그러나 IT 사업에 대한 비전과 전략 부재로 레이저 프린팅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기술 상업화에 실패했다. 1979년 PARC를 방문했던 스티브 잡스는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많이 얻었음을 인정했으며, “제록스가 기회가 왔다는 걸 알았더라면 이미 IBM에 마이크로소프트를 합친 회사가 됐을지 모른다”고 언급했다. 결국 PARC가 개발했던 기술의 과실은 결국 다른 기업들의 몫이 됐다. 훗날 제록스가 애플을 상대로 GUI 기술을 모방했다며 소송을 했지만, 결국 ‘소유권 주장이 너무 늦었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제록스 PARC 연구소

제록스 PARC 연구소

 

위와 같은 네 가지 사례에서 시사하는 점은 기술 개발 아이템 선정부터 투자, 상용화에 이르기까지 자주 발생하는 실패 위험들을 꼼꼼히 리스트업하고 주기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신사업 추진에 있어서는 기술적 리스크 관리체계에 대한 구축도 필요하다. 따라서 기술개발 프로젝트별로 네 가지 사례에서 어떤 유형에 가까운지 살핀 후 실패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기술경영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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